치질이 아닌데도 배변 후 잔변감이 있거나 변비와 설사가 반복된다면 장의 건강 상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. 가령 증상이 치질이나 변비와 유사한 직장암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아 평소 증상을 세심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.
직장암은 대장의 마지막 부분인 항문과 가까운 약 15㎝ 구간인 직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. 직장은 해부학적으로 골반 깊숙한 곳에 자리해 수술 접근이 어렵다. 또 배뇨와 성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이 밀집돼 있어 치료 후에도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후유증이 뒤따를 수 있는 만큼 기능 보존을 고려한 정밀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.
발병 원인은 기본적으로 다른 대장암과 같다. 붉은 육류나 가공육 과다 섭취, 음주·흡연, 비만, 운동 부족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주요 위험 요인이다. 또 대장 용종 병력이나 염증성 장질환(궤양성 대장염, 크론병)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다.
직장암은 항문과 가까운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증상이 다른 대장암과 차이가 있다. 변 굵기가 가늘어지거나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남는 경우가 흔하며,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기도 한다. 혈변이나 점액변이 동반돼 치질로 오인하기 쉽다. 직장 부위 통증, 배변 중 출혈, 빈혈,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, 복부 팽만이나 장폐색 같은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.
직장암을 포함한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검진이 중요하다. 국가암검진사업에서는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무료로 하고, 이상 소견이 있는 사람에겐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고한다. 대장 내시경은 전암성 병변인 용종을 즉시 제거할 수 있어 예방과 조기 치료에 효과적이다. 가족력이나 용종 병력, 염증성 장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50세 이전부터 검진이 권장된다.
직장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다. 최근에는 복강경·로봇을 활용한 최소침습 수술법이 발전하면서, 항문을 보존하고 장루(인공 배변 통로)를 안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. 장루를 만들지 않으면 일상생활의 불편이 크게 줄고,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도 좋다. 최소침습 수술이 활발해지면서 통증과 회복 부담을 줄이고, 좁은 골반에서도 신경을 정밀하게 보존할 수 있게 됐다. 수술 후에는 좌욕과 약물 치료,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과 충분한 수분 섭취로 배변 습관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.
이하영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"직장암은 치료 후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므로 기능 보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"며 "규칙적인 운동과 변비 예방은 재발 방지의 핵심이며, 금연·절주 같은 생활습관 개선은 대장암 전체 예방에도 효과적"이라고 말했다.